<장자 莊子> 내편, 제물론(齊物論)에 나타나는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고사 성어. 원숭이에게 먹을 것을 줄 때,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게 준다하니 화를 내던 원숭이가,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 준다니까 기뻐했다던 이야기. 기분과 자기 상황과 입장이 바뀌는 데에 따라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의 기준이 달라지는 상대적인 다툼의 허망함을 비유하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물의 개별성에 집착하여 지력을 소모하는 인간 정의(情意)의 편파성을 평정하는 논리로만 해석되어선 흡족치 못한 뭔가를 남기고 있다.
즉, 주관성 원칙의 삿됨을 비웃는 측면으로 해석되고 남는 그 여분의 것은 도리어 일차적이고 일반적인 윤리를 뒤집을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조삼모사든 조사모삼이든, 산술적인 동일성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울고 웃고 한다는, 인간 마음의 그늘진 뒷켠으로 달려가는 숨죽인 정서들이야말로 우리들 생명의 징후들을 형성하는 데에 배제하기 어려운 속성들의 흐느낌들임을 결코 비웃을 수만은 없는 것이 아닐는지.
소위 객관성이라는 신화내지 동일성의 원칙이라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진리의 위력이 재단하는 칼 아래 토막 나고 소외되는 자투리(잉여)의 번쇄한 편파적인 것들, 그것은 확실히 우리의 정의의 어리석음인 동시에 우리의 감수성을 엮어 나가는 또 다른 속도의 호흡인 것임을 알기까지, 그 합리적 덕목과 진리라는 규범들이 채워주지 못하는 갈증의 징후들이 곳곳에서 꿈틀대는 그런 것들.
자기 동일성의 원칙으로 결박되지 않는 '이현령비현령'의 순환적 운동들, 합리적인 결과론들을 탈색시키는 시간의 역류들----

게으르고 늦잠꾸러기인 아들놈을 꾸짖던 애비 가라사대;
"아침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 한 마리라도 먼저 잡아먹는다는 진리를 넌 왜 몰라!"
아들놈 눈 비비며 하는 대꾸;
"그럼 일찍 일어나는 벌레가 먼저 잡혀 먹히건네유?"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우리 코끝에 다가와 있는 절대절명의 생존의 아포리즘, '먹느냐 먹히느냐'. 게으름에 대한 부지런함이라는 그 절대적 덕목 가치조차 생존의 필드에서는 어지간히 가역적일 수도 있다는 사실. 부지런함이라는 생존 조건의 절대적 시간의 가치에 깃든 자승자박적 의미는 벌레의 생태적인 속도의 방향을 잠시 억압한 채, 먹히는 쪽의 시간의 흐름은 무시하고 먹는 쪽의 덕목에 유리한 공간적 틀에서만 큰 소리 처 볼 수 있는 그런 세상의 윤리와 교훈은, 제각기 따로 흔들리는 다중-복선적인 시간의 흐름이라는 생생한 물결에 띄워볼 때는 어떨까를.

둔갑, 과학적인 것과 주술적인 것들의 가역적 둔갑술, 고상한 것과 속된 것들의 둔갑술, 의미와 무의미들의 둔갑들.
뒤집기. 뒤집기의 뒤집기, 젖히기. 되치기, 재주넘기.
한 고개, 두 고개, 세 고개----얼마나 더 넘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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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남자 淮南子>에 나오는 고사 속의 새옹처럼, 그의 화복과 득실이 끝없이 넘나드는 시간의 뒤집기들처럼. 주관성의 원칙에 대한 경계이기도 한 동시에 객관성이라는 이름의 신화에 굴복될 수 없는 역설의 재생력과 같은 생명의 프렉탈들. 어떻게, 새옹의 득실과 새옹의 화복을 경계지어볼 수 있을 것인가? 어쩌면, 살아 있는 것은 그의 '간관(間觀)'만이 아닐까?
'간관'을 둥글러 가기.
결국 단순한 뒤집기의 상대성과는 다른 새옹의 '간관'은 우리의 의미 조립에 대한 시간과 공간 구축의 속도들이 가려온 흐름들의 새로운 배치와 씀씀이들을 콜라주하고 몽타주하여 또 다른 체험의 속도들을 일구어낼 것이다.

* 위 글은 본인의 저서 ; <미술과 비평 사이> (도서출판 솔, 1995) 머리말의 부분을 발췌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