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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과 독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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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yourself !
근래 어떤 의상광고의 카피로 차용된 말이다. 네 자신이 되라면서도 막상 그 광고 상표(U2)의
음사를 통해서, 네 자신이 되려면 너 또한 이걸 입어야 한다는 동질적 가치를 암암리에/노골적으로 무의식/의식에 억압/유혹하고
있다.
"약과 독"처럼, 양가성의 동시적 공존. 이를테면, 위하는 것인지 해하는 것인지
구분이 무색할 뿐만 아니라, 언제든지 그 의미와 가치가 뒤집혀지고 있는 현실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명사적
단일 의미로 안심하고 이해할 수 없는 오늘의 현실을 일깨워 준다.
돌아보면, 극단적인 소비문화가 창궐하고 있다. 후기자본주의 문화적 특성으로, 우리는 모든 것을 소비로만 경쟁/체험하고
있는가하면, 비근하게는 소비자 "와" 생산자가 따로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기도 하다. 나아가서
가해자 "와" 피해자가 구분이 되지 않는 윤리적 혼란 또한 이 시대의 특징이 된다. 접속사들의 경계와
매듭 역할이 무색하도록, 일방적인 권선징악의 주인공이라는 설정이 불가능하게 집단적 이해 구조가 얽히고 설켜 아군 "과"
적군의 차이가 모호해진다. 저질문화 "와" 고급문화의 구별이 불가능하게 혼재/내통 되고 있다. 키취문화의
양산 때문에 우리의 키취적 감성이 만연되는 듯하지만, 문제는 키취적 감성이 바로 이 시대의 키취적 문화를 "선행하며"
생산한다는 사실이다. 귀신은 귀신을 믿는, "제압 당하고/경배하는" 마음이 만들어 내듯이, 그렇게
"컬트"가 만들어진다. 이제 고정된 인과론의 방향 틀 조차 깨어지며 얼마든지 인/과의 자리바꿈이
일어나고 있다.
보통명사들의 "고유한 의미"체계라는 안정된 권위가 더는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를테면, 독/약이 접속사 "-과 -"를 써서 이항대립적 구조로 그 상대적
존재 의미를 규정할 수 없게 되어간다는 것은?
독과 약 사이에 명사들의 상대적 의미만을 존중하는 접속사 "과"의 일방적 횡포에 가리워져 있든 숱한
전치사들의 동시적 공존들의 층차를 열어 본다면?
; of, for, with, on, in, 심지어 against, under, over, into, through
---, 또는 시간적인 차이(선/후)의 전치 현상들인 before, after 등등의 억압/은폐된 현실까지 벗겨내어
읽어보고 뒤집어보고 거슬러가야 하는, 그래서 모호해진, 그러나/그렇기 때문에 더욱 우리의 다채로운 읽기의 책임감이
따르는 현실이 바로 포스트모던적 국면이기도 한 것이다.
명사와 명사들의 사이, 복합명사들의 접속 부위를 벌릴 만큼 벌려보자. 그래서 거기 차이의 공간과
시간 속에 무수한 전치의 변이를 일으킬 공간에 전치사들을 얼마든지 바꾸어 끼어넣어 보자. 이를테면, 학( )문, 진(
)리, 언( )어, 합( )리, 시( )대, 문( )학, 예( )술, 국( )가, 전통( )현대, 이상( )현실,
본질( )현상, 오해( )이해 --- , 그래서 명사들의 상대적 의미의 일방적 지시성이 누려온 횡포 때문에 가리워졌든
인식의 전치 공간과 착오의 시간들을 살려낼 수있는 전치사들의 유희를 들여다 보자. 전치사들의 둔갑술을 생생히 목격하자.
그래서 우리가 그 동안 알게/모르게 일방적으로 강요 받아 왔던 명사적 단일 사고의 의식 습성에 반란을 일으켜보자.
1997.
06. 09 홍 명 섭 (한성대학교 학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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