作 家의 에세이

<내 작업을 가로지르는 개념들> <미술대학의 현주소>
<미술과 비평 사이> 머리말 애희 작업 <핀업 걸-되기>에 대하여
<분열하는 경계의 미학> <애희를 부탁해> 서문
<약과 독사이> <동방소년 사유상> 임동식 전시
<평론가에게 주는 글> <원골에 부치는 글>
<똥칠의 한 의식> 정연민 전시 서문 <단상>
   
내 작업을 가로지르는 개념들의 창출                                                                                           [english]

다음 3가지 개념들의 발견은, 결국 내 작업의 형식적 특성들이 되는 것이기도 하면서 가만보면, 내 작업을 구축하고 이런 작업들을 유지하는 유머러스한 감응들을 뒤늦게 산출하는 내재적 사후원인이 아닐 수 없다.

<shadowless>
; 정면성을 갖지 않거나 얼굴이 없는 작업들. 내 작업에서 무수히 나타나는 두께가 없는 "표면" 뿐인 "creeping pieces"들을 관통한다. 벽은 물론 바닦에의 설치까지도 두께나 높이가 거의 없거나 무시되는 그런 설치물들, 이들은 입체적으로 "일방적 주목성"을 노리는 독립된 조각이기를 항거하는 저항적 처방이기도 하지만, 미술품들이 지니는 견고성이나 유일성따위의 고정된 가치 개념들을 이미 여과해버린, 그리고 그런 것들이 지닐 수 없는 일회적 신체성, 마치 귀신처럼 조각적 실체가 없는, 즉 고정적일 수 없는 작업의 예술적 작동은 미적 오브제 자체가 발산하거나 거기에 내포되어 있는것이 아니라 단지 그때그때 창의적 접속들과 그 감응들이 빚어내는 "장(필드)"을 획득하는 것으로, 이는 "temporality"라는 "인연 시스템"이 차이(조건)지우는 것만을 누리거나 그렇게 열어 놓을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artless> ; 시행착오적인 일탈 형식들. 무기교적 작업들을 비유한다고 할 수 있다. 자기 동일성을 거스르는 몰개성적 표현의지들. 비주체적 작업 의지들, 통일성-일관성 없는 작업 생태-리듬들, 시대-시기적 전개나 발전된 모습이 보이지 않는, 시간적 형식의 부/침이 멋대로인 무책임한 나열이나 되돌이 형식들. 정형화가 없는 설치 모습들. 있어도 그만/없어도 그만인 대상들. 심지어 숨겨놓거나 잘 드러나지 않는, 외관이 미진한 전시 형태들. 여기/저기 아무데나 기생 가능한, 그래서 누구나 할 수 있기도 한, 나아가서 관객까지도 무시한 전시 행태들.

<mindless> ; 시대착오적이고 아나키스트적 일탈의 제스쳐들, 주체적 시각에 입각한 능동적 나레이티브나 의도가 배제된, "비인격적인 익명적 개별성"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예술의지. 나의 주체를 굴절하고 변용하면서 얼마든지 다른 것이 되어가는 감각들을 촉발한다. 비인간주의적 감각들, 개념들의 저편, 또는 비개념적 발상/발동들. 사회적 잇슈와 통념에 저항할 수 밖에 없는 이질적 사고 형태들의 잠재력을 실험하기. 자기 주체적 시각을 거스르는 타자적 감각들과의 조우를 꿈꾸는 꿍꿍이. 나의 작업은 흔히, 그 의도나 개념의 통제를 벗어나 내 의식으로는 지배되지 않는 어떤 새로운 의도-계기를 잉태하는 것으로 뒤집어져서 나타나곤 한다. 작업의 근거를 배반하는 작업의 됨됨이(생성).

--그러나 이상과 같은 내 작업 개념의 유형들은 분류해보는 재미가 우선하는 의미가 있을 뿐이지, 막상 이미 그것들은 서로를 내포하거나 서로를 넘나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약품이나 식품에 유효기간이 있듯이, 내 작업들에도 예술적 유효 기간이 있음을 선언한다.
일찍이 나는, 예술작업들이 언제까지 그 가치와 의미가 존중되고 지속되어야 하는지를 심히 우려하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 오늘의 예술작업은 어느 쪽으로든, 변치않는 주목을 받고자 하는 망상을 버리는 데서 출발을 하고 있어야 한다. 게다가, 아무리 훌륭한 예술작업이라도 공공 장소에서의 지속적인 군림은 이미 권력화이며 하나의 횡포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미술사적 가치이건 미술시장적 가치이건 당대의 예술적 감응(affection)을 끌어내는 힘과는 얼마든지 다른 문제가 아닌가. 예술작업도 식품처럼, 우리를 지탱하게도 하지만 언젠가는 썩어가는 감성이 되게 마련인 것이다. 그렇다고 골동품적 가치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의 미술의 예술적 작용은 골동품적 가치와는 전혀 인연이 멀다고 본다.
이제 오늘의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이 미술관에 기념비적으로 보존되는 것을 영광으로만 알 시대는 지났다. 오히려 자신의 미술품이 기념비로 걸릴수록, 새로운 인연을 맞게 될 무고한 감성들이 핍박과 장애를 초래하는 치욕적 책임이 뒤따르고 있다는 것에도 눈을 떠야 할 때 이다. (밑줄 문장은 "art-ecology"라는 개념을 제안 하면서 1989년 <공간>지에 발표했던 글에서 따온 것임.)

내 작업의 또 다른 키워드들

이현령/비현령
이런들 어떠리/저런들 어떠리
동충/하초
여기/저기 아무데나
일관성에 대한 일관성 없는 싸움
마치--, ---듯이, --처럼,
meta--, ana---, para---,
horizontality, level-scape/level-mind, level-game/level-logy,
de-veloping/en-veloping,
meta-form/meta-mind, meta-sculpture,
para-site, para-logy, para-art,
mimc after the minc/mimic before the mimic,
camoufrage pattern,
cordyceps,
politics of zebra
poison, toxic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