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이해>

현대작가들이 생산하는 작업 양태들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이해가 잘 안된다고 '겸손하게' 고백한다. 이해는 할 수 없지만 뭔가 느낌이 온다고. 또는 가지고 싶지만 이해는 가지 않는다는 말들을 오늘도 듣고 또 듣는다. 나는 말하고 싶다. 예술적 이해란, 이해의 방식과 의지에 항상-이미 앞서 오거나 너무 늦게 오는 무엇이라고.
가지고 싶은 마음이란 것부터가 이해의 한 방식으로 이해하면 왜 안 되는가? 상품들을 바라볼 때, 왜 우리는 이해보다 앞선 소유 욕구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가. 그것은 예술품들이 아니니까? 뭔가 의미 있는 메시지(내용)가 없으니까? 현대적 작업에서 우리가 있으리라 짐작하는 예술적 내용이란 의외로 그 모습과 그 방식이 그대로 작업의 존재원인-이유인 것이 얼마나 많은가(마치, 베이트슨의 말처럼; 모든 형태 있는 생명체들의 겉모습이 바로 그 생명체의 생존원인-이유이듯이). 한편으로, 시각적 욕구와 감각을 자극한다는 의미에서는 상품과 뭐가 다른가? 상품이란 것도 어느 모로든 한 시대적/사회적 반영물이 아닌가? 어떻게 보면, 오늘날 무수한 생활 명품들이야말로 어느 예술작업보다도 우리의 감흥을 뒤흔드는 막강한 매혹됨을 선사하고 있지 않는가? 문제는, 그런 시각경험들이 과연 우리의 시각적 만족을 넘어, 고통스럽기까지한 박탈감과 일탈 감각의 생성을 통해서, 과연 우리에게 어떻게/어떤 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가하는 사후의 문제에 달린 것이 아닐까. 즉, 그런 시각 경험들을 통해 우리는 이 세상을 어떻게 달리 보고, 달리 읽을 수 있는 환희와 번민의 힘(기회) 또는 환희와 같은 힘을 발견/개척하게 할 수 있는가. 달리 말하면, 이런 새로운 보기와 읽기의 경험을 키워 줄 수 있는 힘이 있는 경험이었다면 상품에 대한 감정과 예술적 경험을 왜 분리할 필요가 있겠는가. 따라서 현대는 예술이 되고/안 되는 조건은 사후성의 문제일 수 있으며, 이런 점에서 현대철학과 현대미술은 내통 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작업의 예술적 이해란, 그 작업 안에 구조화 되어 있으리라고 믿는 내적구조를 해석-간파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언제나 배반 할 수 있는/배반하게 되어있는 작업 밖의 감성이 어떤 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가하는 사후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도 이해가 안 된다? 그들은 대체 이해구조를 어떤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내놔보라고 하고 싶다.
이들은 대개 생생히 느끼기에 앞서서 불신의 느낌과 불편함이 자신의 이해 차원(동일성)으로 환원(조회)이 일어나지 않으면 못 참겠다는 식이다. 말하자면, 언제나 우리 앞에는 불안을 못 견디고 안정으로 나가려는 의지와, 안정을 불사하고 불안으로 나가길 주저하지 않는 호기심을 발하는 갈등의 의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은 불안감을 못 견디는 자기 환원적 조회의 압박감에 자꾸만 자기 자신으로만 돌아와 쪼그라들고 있다. 이들의 몸은 감각하는 것이 아니라 눈치를 보고 있다. 작업의 얼굴을 찾아 시선을 맞히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작업과의 여러 경험의 경로라는 인연/악연을 통해 알게/모르게 열리는 뒤통수의 눈/감각을 활용하여 세상을 다시 보고/느끼자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작업의 이해란 한 자리에서 성립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령, 책을 읽어가는 사이에 우리의 시선이 어느덧 그 진폭이 달라지듯, 사람을 사귀어가면서 그를 통해 세상을 또 달리 보게 되는 복수화 과정이라는 읽기를 배우게 되듯, 그런 과정 속에서처럼 미술의 이해도 뒤늦게 작용하는 힘으로 예술적 감성은 언제나 새롭게 탄생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해를 대체하는 새로운 읽기와 보기의 다층적 열림은 바로 우리의 과거의 시간(경험)까지도 늘 새롭게 바꿔가게 될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 이해의 의미라고 이해되시는지?

<예술은 존재 그 차제가 이미 반사회성 ; 아도르노>

<해체 ; 오해의 해체/이해의 해체>

간혹, 나의 작업을 두고 느닷없이, 또는 간단히 해체주의자라고 약분해버리는 씩씩한 평자들이 있다. 내가 해체주의자든 아니든, 그런 호칭이 반갑든 불쾌하든, 그런 문제에 앞서 어떻게 요즘 세상에 이론가라는 지식인들이 그렇게 한 마디로 한 사람을 압축해 낼 생각을 한다는 시대적 인식 바탕이 터무니없고 의심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 본다. 내 마누라를 통해서 일상의 나의 가부장적 남성의식이 보기 좋게 깨져나가 결국은 개량될 수밖에 없도록 굴복을 당하고 마는 나는, 해체 되어가는 남편인 점에서 오히려 해체하는 주체가 아니라 해체당하는 객체가 맞는다고 해야 할지. 이렇게, 내 작업이 남의 의식이나 감각을 흔들어 깨고 개량하여 새로 태어나는 감복을 나누는 그런 위력이 있단 말인가? 정말 내가 꿈꾸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그러나 그들이 사용하는 해체라는 라벨은 이렇게 생생하고 고통스럽게 쓰이는 것 같진 않다. 뭔가 내가 삐따닥한 시선을 남발한다는 의미인 듯하다. 정말 내 작업에서, 내 작업을 통해서 보는 이들의 시선과 생각이 어떤 해체적 체험이 일어난다면 그렇게 못마땅하게 몰아붙이는 딱지로 쓰진 않았을 것이다. 이것은 내 작업이 문제이든가, 그 당사자들의 전제 의식이 문제이든가 일터인데, 실은 그들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문제인 듯하다. 마치 "해체"가 무슨 패션인 듯 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왜 그들은 해체란 용어를 유행하는/했던 패션 감각이나 무슨 별난 기법으로 알고 있는 듯 한 인상을 줄까. 삼삼한 여자를 볼 때 우리의 감각이 전에 없는 요동을 치는 것이나, 어느 책을 보다가도 머리가 번쩍 돌아버려, 이 세상이나 그 무엇을 달리 보게 되는/달리 보아야만 하는 고통과 환희, 또는 상실감과 득의감을 경험하거나, 남의 작업을 통해서 내 감각과 의식이 두들겨 맞는 통증, 자기 학생들이나 자식들이 커나가는 줄 모르다가 어느 날 목격하거나 부딪치고 나서 자신의 의식을 뉘우치거나 심히 앓게 될 때와 같은, 그런 모든 편견과 습속과 전제들 속에서 방심하던 일상의 관념과 감각적 체험들이 일종의 고통스런 배반을 겪어야 하는 일들이야말로 "해체"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왜 해체라는 용어를 무슨 폼으로만 알까. 데리다가 언제 우리에게 독점적 폼을 가르쳤던가. 해체의 일차적 의의는 우리가 안심하고 있는 인식 기제나 기성 의미론의 전제에 대한 억압과 불안을 느끼게 하는 힘에 있을 것이다. 우리를 둘러싸고 가두고 있는 안정적 의미의 동일성에 대한 해체적 저항야말로 현대예술의 덕목이 아니라면 무어란 말인가.
"언제나 눈과 귀를 부드럽게 가져라"는 마누라 말씀에 오늘도 나는 또 다시 깨지는 해체 통을 겪지만, 내 몸은 그렇게 잘 해체되는 것 같지 않아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다른) 나-되기"는 이렇게 아직도 멀고 먼가보다.

<우리네 마장, 대중에의 배려>

작가들 나름대로 대중을 의식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 일 것 같다. 내가 대중을 의식하고 배려하는 방식은 오늘도 대중의 감성과 갈등하고 싸우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대중이 좋아하는 닥종이 인형과 싸우고, 로댕과 싸우고, 샤갈과 싸우고, 클림트와 싸우고, 허다한 한국화와 풍경화와도, 그리고 루블 소장품들과도 싸워야 한다. 왜냐하면, 대중의 시선은 언제나 나의 예술의 길을 시험에들게하는 마장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어느 수도승의 고백에서, "우리네 수도승들의 마장은 무엇보다도 부녀자 신도들의 치마폭"이란 고백을 들은 적이 있다. 역설적으로, 피할 수 없는/피해서도 아니 되는, 그래서 결국 정면으로 받들어야하는 대상이 곧 마장이라는 사실이다. 역/역설적이게도, 대중도 나에겐 마장이지만, 내가 꿈꾸는 예술적 관념 또한 마장이 아닐 수 없으리라. 우리가 서로에게 마장이 된다는 피할 수 없는 이 사실은, 달리 보면 얼마나 바람직한 일이기도 한 것이 아닌가. 이렇게 나는 오늘도 피할 수 없는 대중의 시선을 존중하는 방법으로 싸움을 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술대학 신입생들에게 묻는다. 왜, 작가의 길을 택하게 되었는가? 그리고 너는 어떤 작업을 하길 원하는가? 대다수의 신입생들의 대답이 한결같이, 어려운 현대미술이란 것은 싫고, 자신은 모든 사람들이 호응하고 좋아하는 작업을 할 생각이라고. 꿈도 야무지다. 난 심히 불편하다. 모두는 아니라도 많은 사람들(대중)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과연 아트가 될 수 있을까를 되묻고 싶다. 대중이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다면 어떤 면에서 행복하기야 하겠지만, 모두를 만족시키는 순간 이미 예술은 예술이기를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예술일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예술적인 것이야말로 우리의 감성을 어느 모로든 거스르거나 흔들어주는 것이 아니었던가. 우리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굳이 예술이 감당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수 없이 많이 있지 않은가. 미안한 말이지만, 내 생각에 현대의 예술이라면 우리를 편안하게 만족시켜주는 것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기실 우리 사회를 위하는 하나의 대안적 장치라고 보는 것이다. 왜냐하면, 현대 예술일수록 우리의 면전에 인식론적 단절을 느끼게 해주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과학적 발명/발견이란 것이 처음에 우리의 기성 인식에 저항을 주지 않는 것을 우리는 상상할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예술이라는 특성도 우리의 기존 인식에 새로운 저항을 선물하는 것으로부터 시작 될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일종의 발견/발명의 생리를 나눠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또, 나는 물어본다. "이 종이컵, 이 라이터, 이 재떨이가 예술품이 아니란 사실은 네가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왜일까?" 이런 질문은 현대예술의 '제도론'이라는 논리를 갖다 대야만 대답이 가능한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이 재떨이와 종이컵이 예술품이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간단하다. 용도 이외에 약간의 디자인적 만족감을 주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이런 일상사물을 예술품으로 경험하지 않고/못하는가? 종이컵이나 재떨이는 우리의 인식에 아무런 저항이나 단절감을 주지도 않고 주지도 못한다. 그것이 무엇인지 이미 우리는 너무나 편하게 잘 숙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술작업이란 우리의 인식에 모종의 인식적 단절이나 저항, 갈등, 나아가 정서적 불안, 답답함과 같은, 우리가 원하지 않았고/예상하지 못했던 어떤 복수적 체험과 부닥뜨리는 시각 장을 마련해주는 계기-기회이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대중과의 싸움이 어떤 면으로 가능할 수 있을까를 보채고 또 꿈꾸어야 한다.

<"예술이란 무엇인가?"에서 "무엇이 예술인가?"로>

내가 모자라서 그랬는지는 모르나, 젊은 시절 나의 번민도, "인생이 무엇인가? 예술이 무엇인가"를 무척이나 생각했다. 그 생각은 언제나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헛수고의 연속이었고, 지난하게 되풀이 되는 번민을 안고 살아야 했다. 이 땅에서 작업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말하자면, 누구나 젊은 시절 해봄직한 그런 고민이지만, 결국은 현실과의 괴리에 대한 번민이었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내가 누릴 수 있는 최대치의 사치를 택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것이 어떤 지난한 일이든, 무기력한 일이든, 외면 받는 일이든 그것은 내게 가장 사치로운 것이어야만 했다.
그리고 어언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는 것은 진지한 의문이 아니라, 잘못 세뇌된, 매우 어리석고 무지한 식민지적 식견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의문 방식은 허황된 서구적 본질주의의 망령에 시달리게 하는 프라톤식 환상이란 것을 한참 뒤에 깨닫게 된 것이다. 이런 의문 방식의 문제는, 무엇보다도 그 답이 나올 때까지는 자신 있는 행동이 이루어질 수 없는 강박적 자의식과, 무의미하고 실천력이 없는 번민-관념에만 빠져있게 한다는 점이다. 우리네 교육 수준의 전근대성이라는 핍박의 후유증이란 사실을 알고 너무나 허탈해 했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의문 방식에 대한 답(본질)은 언제나 하나이어야 한다는 이데아적 환상이 억압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네 젊은이들의 번민이 의미 있는 것이 되기 위해서 우리 젊은이들은, "무엇이 예술일 수 있고, 무엇이 인생일 수 있는가"라는 복수적 사건을 발생시키는 의문 방식으로 바뀌기만 바랄 뿐이다. 단답형이 될 수 없는 이런 복수적 응답 접근법은 자신의 예술과 삶에 얼마든지 각자의 생기를 여러 구체적 사건으로 창출해 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나는 말한다. 내가 만나는 처음의 미술학도들에게 ; "예술(인생)이 무엇인가를 생각하지 말라. 네가 가는 곳과 네가 하는 것에서 곧 네 예술(인생)이라는 사건을 만나고 만들어가게 되는 것"이라고. 만들어가는 길 위에서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나를 알게 되는 것이고, 거기서 네 삶과 네 작업이 사후적 의미로 피어나는 것과 만나게 되는 것이라고. 따라서, 자존심과 사치로 선택되는 길이어야 하는 이유가 그런 것이라고. 내가 감사하는 것과 내가 은밀히 누리는 사치란 것도 알고 보면, 소위 일반론적 모든 전제로부터 해방되어 새로운 사유를 하고자 했던 60년대 이후의 몇몇 뛰어난 현대철학가들, 이를테면 들뢰즈/가타리나 데리다같은 이들의 예술적/철학적 통찰에 대한 나름의 감화의 힘이 아니었다면 바뀌기 어려웠던 그런 관념과 습속과의 싸움이었던 셈이라는 것을.

<건널목에서>

어쩌다 한 때 유럽을 뻔질나게 드나들게 되었던 팔자 덕에 유럽문화를 좀 접하게 된다. 유럽을 처음 방문했을 때, 내가 겪은 첫 문화적 충격은 그들의 예술에서가 아니라 일상 도로 관행에서 였다. 어느 건널목에서든지 다가오는 자동차들은 내가 건너기까지 대개가 기다려 준다는 사실은, 우리의 도로 습관이 몸에 배인 나로서는 가장 당황스럽고 힘들었던 적응이었다. 그리고 직접 운전을 할 때도 마찬가지로 건널목은 늘 나를 긴장하게 한다.
귀국해서는, 어느덧 반대급부의 효과로 시달림을 받는다. 우리는 엄연한 건널목에서도 차가 당당하게 먼저 내달린다. 사람들은 위축되어 건너길 쭈뼛거리게 된다. 가히 후진국의 야만적 작태가 아닐 수 없지 않은가. 한동안 이런 몹쓸 거친 습관들이 밉고 고쳐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제법 용기를 내어 위험을 불사하고, 차가 오든 말든, 치든지 말든지 멈추지 않고 씩씩하게 건넌다. 우리는 어쩌다가 이렇게 차 위주로 된 거친 세상을 살게 되었을까. 아무래도 어렵던 시절, 한 때 자동차가 워낙 존귀해서 차를 받들어 모셨던 시절부터 몸에 배인 습관인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자동차문화의 역사가 일천한 우리네 사정도 사정이려니와 가만 보면, 이런 것이 우리네 문화적 관행이라면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유럽의 도로문화와 직접 비교할 문제는 아니지 않겠는가. 특히 프랑스같이, 사람 위주의 도로 문화는 차와 사람을 원천적으로 이원화된 바탕에서 사람이 차보다 우선이라는 하이어라키를 깔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요즘 비판받고, 해체하고자 노력하는 인간중심주의적 사고야말로 도로에서도 그렇게 나타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사실, 차를 운전하는 사람도 사람이고 건너는 사람도 사람이니까, 차와 사람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는 우리네 사고의 결과가 모양새로는 이렇게 거칠게 나타난 것은 아닐까. 재미있는 사실은, 알람시계가 처음 중국에 들어 왔을 때, 그 이름을 스스로 우는 종(자명종)시계라고 불렀다는 사실과, 서양 사람들의 '경종시계(알람 클락)'라는 명칭이 보여주듯이 사람을 중심으로, 사람을 위한, 인본주의적 입장과는 대조되는 세계관적 차이를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가만 보면, 자명종이란 이름으로 불러주는 배후의 의식은 하나의 도구조차도 사람(나)과 동일화할 수없는 타자적 존재로 받아드리는 장을 설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좋든/싫든 이런 거친 문화도 나름의 차이의 문화의 속내가 작동하는 것이리라. 한 때 부끄러워했던, 이 거친 우리네 자동차 문화를 나름으로 인정하게 되고부터 건널목 건너는데 내 눈길이 한결 부드러워지기 시작한 것 같다.
어느 날 문득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동요 한귀 절이 있다.

-- 찌르릉 찌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찌르르르르릉.
저기 가는 저 노인 꼬부랑노인, 우물쭈물하다가는 큰일 납니다.

<이동하는 미친놈들>

오늘 날 이동통신 사회의 대중의 상당수가 미친놈이 되어간다. 내 앞에서, 내 뒤에서, 내 옆에서도, 길을 가다/차 안에서도. 대화 상대가 보이지 않는데 혼자 지껄이고 웃고 떠드는 사람이 (언젠가) 미친놈 이라면.
문제는 (오늘은) 나도 미친놈이 되어간다는 사실이다. 우리 모두가 (언젠 가처럼) 미쳐간다.